부모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먹이고, 입히고, 안아주고,
유모차에 태워 산책도 시킨다.
조금 더 성장하면 등하굣길은 물론
체육관, 음악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
또한 성실히 수행한다. 더 나아가 아이가
미래를 준비하며 기회를 잘 잡도록 모든 걸
아낌없이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보살핌이
진정 아이에게 필요한 것일까?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는
독일 최대 주간지 <디 차이트>의 의뢰를 받아
초등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자유를 허용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만의 52%만 이웃 아이들과
부모 없이 자유롭게 노는 것을 허락한다고 답했다.
66%는 아이 혼자서 공원에 가는 것을 허락하고
있지 않았으며 45%는 아이 혼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본다면 아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집에서 고작
몇백 미터 이내로 축소된다.
아이에게 마음껏 주변을 관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부모의 배려가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들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보살핌은 어떨까?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런 모습은 제대로 감지 않은 머리에서부터
시작한다. 다 말리지 않은 축축한 머리카락도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용실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손톱과 발톱 정리 상태도 영 엉망이다.
부모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그냥 둔다. 아이가
"나 혼자 씻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 정말 씻는 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믿어버리고는 혼자 샤워하도록 내버려 둔다.
아이가 비누와 샤워 스펀지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매일 씻는 일조차 많은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청결 관리를 위해서는
수년 동안 반복해 연습해야 한다는
직관적인 깨달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을 정리하면
이렇다.
- 아이들은 굳이 알 필요 없는 성 관련 문제나
폭력, 금전 문제 등 어른들의 문제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아이들을 어른으로 간주해
어른만의 문제를 같이 걱정하게끔 하고 있는 것 같다
- 아이가 충분히 통찰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스스로 결정하고 그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라는
요구는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된다.
- 어린아이들을 자신이 결정한 것에 따른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으로 보는 것 같다.
- 아이들을 지나칠 정도로 과잉보호하면서
사방팔방 데리고 다닌다.
- 부모는 아이에게 스스로 알아서 옷을 챙겨 입고
청결 상태를 관리하도록 종용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필요한 걸 알아서 척척 해내는
어른처럼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아이들을 작은 성인으로
보고 있었다. 이건 중세 시각으로 퇴행하는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 수많은 어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공들여 만든 어린 시절이라는 피난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환경이 바뀌어도 아이들은
그다지 힘들어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는 법을 깨우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로 인해 아이의 정신 발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유아기 수준에
멈춰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영원히 아이로 남는 것,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금의 이런 상황이 옳다고 믿는
우리 어른들의 인식이다. 아이들은 작은 어른으로
대하는 것이 옳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이런 태도가 아이에게 절망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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