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잘못에 차분하게 대처한다.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소동을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에서 시작하여 예측할 수 있는 과정을 밟는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는 흔히 모욕적인 말로 꾸짖는다. 그래서 아이가 버릇없는 말로 대꾸하면 부모는 큰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거나 매를 든다. 이리하여 무료 공개 쇼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사소한 사고에서 중요한 가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단순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사고와 비극적이거나 재앙을 안겨주는 사건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많은 부모는 달걀 한 개 깨뜨린 일을 두고 마치 다리라도 부러뜨린 듯이, 유리창 한 장 깨뜨린 사고를 마치 심장이라도 터뜨린 듯이 다루려 한다. 하찮은 불행은 가볍게 취급해야 한다. "그래, 너 또 장갑을 잃어버렸구나. 기분 나쁠 거야.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무슨 큰 난리가 난 건 아니야. 그건 사고에 지나지 않아." 장갑 한 짝 잃어버렸다고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릴 것까지는 없다. 옷이 찢어진 일을 두고 마치 그리스 비극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필요는 없다. 그와 반대로 사고는 가치를 가르쳐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비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판은 분노와 적대감을 낳는다. 심지어는 그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비판받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게 된다. 사람들을 의심하고 인간적으로 파멸하기를 기대하는 어른으로 자란다.
어린아이들은 특히 부모들의 하는 이야기, 곧 자기가 어떤 아이이며,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데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기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소리를 직접 듣기도 하고, 우연히 엿듣기도 하면서 자랄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는 자기 아이들의 좋은 점보다는 잘못된 점을 더 쉽게 지적한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긍정적인 언급을 강조해 주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표현 같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삶의 일부분인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분노를 느끼면 죄책감을 느꼈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을 벌 받을 짓으로 여겼다. 화를 내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도록 배웠다. 분노는 단순히 비행이 아니라, 무서운 범죄였다.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 화를 참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터뜨리고 만다. 분노가 아이들에게 해를 미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치 잠수부가 숨을 쉬지 않듯이 그것을 억누른다. 분노는 감기처럼, 빈번히 재발한다. 감기가 싫다고 해서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감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분노는 예측할 수 있는 결과와 상황에 따라 발생하지만, 늘 예기치 않게 닥치는 것처럼 보인다. 분노는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그 순간에는 영원할 듯이 보인다.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은 쓸데없는 다짐을 하는 것보다 더 해롭다. 그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분노를 태풍처럼, 삶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 평화로운 가정은 사람들이 바라는 평화로운 세계처럼 인간 본성이 갑작스럽게 자비롭게 변한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긴장이 폭발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누그러뜨리는 사려 깊은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건강한 부모들은 성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분노를 의식하고, 그것을 존중한다. 분노를 정보의 근원, 상냥함을 보여주는 징조로 활용한다. 아이를 교육하다 보면, 부모가 화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사실 어떤 시점에서 화를 내지 못할 경우 이것이 아이에게 선의가 아니라 무관심으로 전달될 때가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노를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도처럼 쏟아지는 격노와 폭력을 아이들이 참아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들은 "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하는 분노만을 견디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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